예전에는 하루 이틀 쉬면 풀리던 피로가 이제 며칠이 지나도 그대로라면, 쌓인 피로가 회복 속도를 넘어선 상태입니다.
주말에 몰아 자는 것으로는 잘 회복되지 않습니다. 수면 시간을 늘리는 것보다 규칙적으로 자는 쪽이 낫습니다.
다만 체중이 갑자기 줄거나 열이 나거나 숨이 차다면 검사가 먼저입니다.
이 글의 순서
안녕하세요. 등촌동에서 진료하고 있는 등촌따숨한의원 원장 권한솔입니다.
진료실에서 자주 듣는 말씀이 있습니다. "예전엔 하루만 쉬면 괜찮았는데 요즘은 안 그래요."
어디가 아파서 오신 것도 아니고, 건강검진에서 뭐가 나온 것도 아닙니다. 그저 회복이 예전 같지 않다고 하십니다. 오늘은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상태를 어떻게 보는지 정리해 드리겠습니다.
쉬어도 만성피로가 안 풀리는 이유는 뭔가요?
쉬어도 피로가 풀리지 않는 것은 쌓이는 속도가 회복하는 속도를 넘어섰기 때문입니다. 하루치 피로를 하루 만에 정리하지 못하면 조금씩 남고, 그 남은 것이 몇 달에 걸쳐 쌓입니다.
중요한 것은 예전과 지금이 달라졌다는 점입니다. 같은 일을 하는데 예전보다 오래 지치고, 하루면 풀리던 것이 사나흘씩 갑니다.
본인은 대개 "다들 이 정도는 그렇지"라고 넘기십니다. 하지만 예전의 자기 자신과 비교했을 때 달라졌다면 다른 얘기입니다.
주말에 몰아 자는데 만성피로가 왜 그대로인가요?
주말에 몰아 자는 것으로는 쌓인 피로가 잘 정리되지 않습니다. 잠은 시간의 양보다 규칙적으로 자느냐가 회복에 더 크게 작용합니다.
평일에 다섯 시간씩 자고 주말에 열두 시간을 자면, 몸은 시차가 바뀐 것처럼 받아들입니다. 수면 시간이 매일 달라지면 일요일 밤에 잠이 안 오고, 월요일 아침이 더 힘들어집니다.
만성피로, 커피를 늘려도 왜 오후에 무너지나요?
커피를 늘려도 오후에 무너지는 것은 카페인이 피로를 없애는 것이 아니라 잠시 미뤄두기 때문입니다. 미뤄둔 피로는 사라지지 않고 나중에 한꺼번에 옵니다.
오후에 마신 커피가 그날 밤 수면에 영향을 줍니다. 덜 자고 다시 커피로 버티는 고리가 만들어지는 겁니다.
만성피로에 홍삼이나 비타민을 먹는데 왜 차이가 없나요?
홍삼이나 비타민을 드시는데 차이가 없다면, 지금 몸이 필요로 하는 지점과 맞지 않았을 가능성이 있습니다. 좋은 것을 드시는 것과 지금 나에게 맞는 것을 드시는 것은 다른 문제입니다.
피로로 오시는 분들은 대개 이미 무언가를 드시고 계십니다. 홍삼, 비타민, 오메가, 마그네슘. 하지만 몇 달을 드셔도 별 차이를 못 느끼셨다고 하십니다.
먼저 봐야 할 것은 무엇을 더 넣을지가 아니라, 왜 회복이 안 되고 있는지입니다. 잠 때문인지, 소화가 안 되어 못 드셔서인지, 다른 원인이 있는지에 따라 방향이 달라집니다.
만성피로가 몇 주째 계속되면 어떻게 하나요?
피로가 몇 주 이상 계속되고 쉬어도 회복되지 않는다면 그냥 지나가기를 기다리실 상황이 아닙니다. 며칠 무리한 뒤의 피로와, 몇 달째 이어지는 피로는 성격이 다릅니다.
오래되면 잠이 얕아지고, 소화가 떨어지고, 그러다 보면 잘 못 드시게 됩니다. 회복에 필요한 것들이 하나씩 무너지는 순서로 진행됩니다.
회복이 무너지는 고리가 굳어지기 전에 보시는 편이 낫습니다.
만성피로, 어떤 경우에 검사가 먼저인가요?
피로는 검사로 확인되는 원인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아, 아래에 해당하시면 검사를 먼저 받으셔야 합니다.
의도하지 않았는데 체중이 줄고 있을 때
열이 나거나 식은땀이 나는 날이 반복될 때
숨이 차고 가슴이 두근거릴 때
목이나 겨드랑이에 만져지는 것이 있을 때
기분이 계속 가라앉아 일상생활이 어려울 때
건강검진을 오래 받지 않으셨을 때
갑상선 기능이나 빈혈, 간 수치, 혈당은 검사로 확인됩니다. 갑상선·빈혈·간·혈당 같은 원인이 있는데 보하는 쪽만 보면 시간을 놓치게 됩니다. 확인이 끝난 뒤에 보는 것이 순서상 안전합니다.
만성피로, 등촌동 한의원에서는 어떻게 보나요?
저희는 먼저 회복을 막고 있는 것이 무엇인지부터 봅니다. 같은 "피곤하다"는 말씀이라도 잠을 못 주무셔서 그런 경우, 소화가 안 되어 못 드셔서 그런 경우, 통증 때문에 못 쉬셔서 그런 경우가 다릅니다.
침과 뜸은 목과 어깨가 굳어 있거나 배가 차고 단단한 분께 씁니다. 몸이 계속 긴장한 상태로 있으면 쉬어도 쉰 것이 되지 않습니다.
한약은 막힌 것을 여는 쪽과 채우는 쪽 중에 무엇이 먼저인지를 정한 뒤에 씁니다. 잠이나 소화가 먼저인 분께는 그쪽을 정리하고 나서 보하는 쪽으로 넘어갑니다. 채우는 것보다 여는 것이 먼저인 경우가 있기 때문입니다.
오실 때 건강검진 결과지가 있으시면 가져오세요. 최근 것일수록 좋습니다.
만성피로에 공진단은 어떤 경우에 쓰나요?
공진단은 육체적으로 많이 쓰신 뒤의 피로나 병을 앓고 난 뒤의 회복기에 고려하는 처방입니다. 한 알씩 드시는 형태라 탕약을 매일 챙겨 드시기 어려운 분들도 이어가기가 수월합니다.
같은 보하는 처방이라도 쓰는 자리가 다릅니다. 저희는 육체 피로와 병후 회복에는 공진단을, 갱년기를 지나면서 회복이 더뎌진 경우에는 경옥고를 놓고 봅니다.
다만 아래에 해당하시면 그대로 시작하지 않습니다.
임신 중이시거나 가능성이 있으실 때 — 복용하지 않습니다
중증 질환으로 치료를 받고 계실 때 — 상담 후에 결정합니다
감기로 열이 나고 있을 때 — 열이 있는 동안은 보통 미룹니다
소화가 많이 약해 기름진 음식도 부담스러울 때 — 양을 줄이거나 다른 처방을 먼저 봅니다
드시는 약이 있을 때 — 어떤 약인지 확인한 뒤에 정합니다
첫 번째는 확인 사항이 아니라 복용하지 않는 경우입니다. 임신 가능성이 있으시면 진료 때 반드시 말씀해 주세요.
드시는 약이 있으시면 이름을 사진으로 찍어 오세요. 혈압약이나 갑상선 약처럼 오래 드시는 약도 포함해서요.
만성피로, 집에서는 뭘 하면 되나요?
취침 시간을 일정하게 맞추세요. 기상 시간부터 고정하시는 편이 쉽습니다. 자가 관리 중에서 가장 즉각적인 항목입니다
주말 늦잠은 두 시간 이내로 하세요. 더 자면 그날 밤 잠이 밀립니다
오후 두 시 이후 커피를 줄이세요. 한 번에 끊지 마시고 한 잔씩 줄이세요
아침을 거르지 마세요. 간단하게라도 드시는 편이 오후 무기력에 낫습니다
점심 후 십 분이라도 걸으세요. 앉아만 있으면 오후에 더 처집니다
술로 잠을 청하지 마세요. 잠들기는 쉬워도 새벽에 깨게 됩니다
집에서 할 것 중에서 첫 번째가 가장 중요합니다. 자는 시간이 들쭉날쭉하면 다른 것을 아무리 해도 회복이 잘 되지 않습니다.
만성피로 진료는 어떻게 문의하면 되나요?
문의하실 때는 언제부터 회복이 안 됐는지만 말씀하시면 됩니다. 어렵게 설명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몇 달째 쉬어도 피로가 안 풀려요."
"홍삼도 먹는데 차이가 없어요."
진행 방식과 비용은 상담 때 안내해 드립니다. 전화로 문의 주셔도 됩니다.
정리하면 이렇습니다
며칠 무리한 뒤에 피곤하고 하루 이틀이면 회복된다면 지켜보셔도 됩니다.
예전에는 하루 쉬면 풀리던 것이 이제 며칠이 지나도 그대로라면, 나이 탓으로만 넘길 일이 아닙니다. 쌓이는 속도가 회복하는 속도를 넘어선 상태입니다.
다만 체중이 줄거나 열이 나거나 숨이 찬다면 검사가 먼저입니다. 체중이 줄거나 열이 나거나 숨이 찬 경우가 아니라면 오실 때 언제부터 회복이 안 됐는지만 기억해 오세요.